[아름다운 우리말] 카나다 국민께
나라 이름을 그들이 부르는 대로 부르는 것이 예의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카나다’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캐나다’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혼동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두 표현 모두 정확하지 캐을 수도 있습니다. 캐나다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고, 국토도 매우 넓어서 나라 이름을 부를 때도 곳곳에서 발음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제가 캐나다라는 나라 이름을 ‘카나다’라고 제목에 적은 것은 발음의 정확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카나다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더 정감어리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카나다라는 이름은 한글 순서인 가나다와 닮았다는 이유로 여러 농담도 존재하였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알파벳 표기 CANADA를 그대로 읽어서 카나다라고 하면 어떨까 합니다. 얼마 전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김진표 국회의장과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캐나다 총리와 한국 국회의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입니다. 사실 그런 사진은 본인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특별한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본인들조차도 크게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의례적인 사진일 테니까요. 그런데 이번 사진은 달랐습니다. 특이한 자세가 화제가 된 것입니다. 두 사람의 키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키가 큰 사람이 고개를 조금 숙이거나 무릎을 굽혀서 키를 비슷하게 맞춰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표정이나 몸의 모습이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최근 유명 연예인들을 보면 다리를 벌려 상대에게 키를 맞춰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는 이런 자세를 매너 다리 또는 배려 자세라고 합니다. 좋은 겁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두 다리를 벌린 자세로 서서 국회의장과 키를 맞추어 주었습니다. 저는 어디서 그런 자세를 배웠을까 궁금했습니다. 만약 키가 작은 사람이 이런 배려 자세를 보고 기분 나빠하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즐거운 웃음이 넘쳐났을 뿐입니다. 다음날 뉴스와 신문에서는 이 모습을 즐겁게 전달하였습니다. 캐나다 총리의 배려, 유머를 칭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트뤼도 총리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을 겁니다. 그런데 캐나다와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총리의 이 자세를 무례하다고 비판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매체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기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캐나다를 ‘카나다’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듯이 트뤼도 총리의 매너 다리, 배려 자세는 친근하게 보이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엄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외교라는 게 서로 친해지자고 하는 일입니다.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하는 게 외교라는 말입니다. 그날 사진 찍는 자리는 웃음소리로 가득하였다고 합니다. 평화로운 자리였습니다. 캐나다에 계신 분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물어본 한국 사람들은 트뤼도 총리의 모습을 기분 나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캐나다도 느낌이 좋습니다. 캐나다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고, 서로를 이해하고 관용의 태도가 좋은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캐나다 한글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어 교육에 대한 태도도 좋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캐나다의 친밀함이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카나다 국민 캐나다 총리 카나다 국민 캐나다 한글학교